신이 공종하는 땅 발리

문 밖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하루를 시작하는 발리인들의 사소한 일상에 놀라 버린 것이다.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발리에서의 하루가 생각보다 이른 아침에 시작된 이유였다. 창 문 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분명 내가 찾던 천국은 아니다. 어둠이 거치기 직 전, 하늘 아래는 곱게 단장한 발리 여인이 서 있다. 잠시 후 정성스레 준비한 공물을 신성한 제단에 올리고 두 손을 모아 신에게 기도를 올리기 시작한다. 신을 위한 발리니스의 의식을 시작될 무렵, 여인의 모습 뒤로 붉은 태양이 서서히 떠올랐다. (글/사진 김낙현)


 

추천 여행지 발리여행자들이 움직이기는 다소 이른 시간, 우붓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여성들은 신에게 올릴 공물(Segehan : 쌀, 꽃, 나뭇잎을 이용해 만듬)을 만들어 자신들의 집 앞, 가게 앞 등에 놓고 오전 조공을 드린다. 발리니스(Balinese)’라 불리는 발리인들, 그들은 종교적인 일상과 오랜 전통을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의 순리를 따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어째서 그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섬 발리를, 스스로 천국이라 이야기하는 걸까? 의문투성이다.

이른 아침, 약속대로 오랜 친구 마데(Made)를 만나기로 했다. 오늘은 한적한 우붓의 마을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여인들의 오전 의식이 끝나자, 자녀들을 태운 아버지 오토바이 행렬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순식간에 거리를 매웠다.

학년이 조금 높은 학생들은 자신들이 직접 오토바이를 몰고 등교를 한다. 현대식 브랜드와 스티커가 난무하는 오토바이 위에도 새벽에 보았던 공물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개들도 자신들의 하루 일상을 시작한다. 신에게 드린 공물은 자연스레 녀석들의 식사가 되곤 한다. 처음 발리를 찾는 여행자들은 거리마다 너부러진 공물들을 보며 놀라곤 한다. 그 누구도 치우지 않는 쓰레기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우리가 보는 것 이상, 알고 있는 것 이상이다.

발리의 일상

발리의 여인들은 하루 3번(6시, 12시, 6시)에 제단에 공물을 올린다. 이는 발리 여성으로 평생을 지켜야하는 의무이다. 1년 동안 발리의 여인들은 1,800이상의 시간을 정해진 제(Offering)를 위해 보낸다고 한다. 동네 어귀에 쓰인 “Life is Offering”라는 문구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현세에서 발리니스들은 신을 위해 많은 시간을 바친다. 마데는 내게 “발리 사람들은 세상이 존재하는 이유가 사람 때문만은 아니라고 믿어요. 신들도 함께 사는 곳이 세상이라고 믿고 있지요.”라고 말한다. 그의 어투는 왠지 모를 확신에 차 있다. 그래서 일까? 사람들은 발리를 두고 ‘신들의 천국’이라 말한다. 그러나 발리를 조금 알고 있는 사람들은 “발리엔 신이 많아도 너무 많다.”고 이야기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발리에선 하늘 높게 뻗은 야자수도, 매연을 뿜으며 달리는 오토바이도, 여행자의 선글라스를 강탈해가는 원숭이도 발리에서라면 신이 될 수 있다.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 힌두교의 원리와 토속 신앙이 만들어낸 발리만의 독특한 신에 대한 믿음과 따름은 여행자들에게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가 되고 만다.

신들의 위한 사원은 발리 전역에 20.000여 개가 넘게 분포되어 있다. 이쯤 되면 인간을 위한 공간보다 신을 위한 공간이 더 많다고 봐야 한다. 다시 말해, 신을 위한 공간은 발리 어디에나 존재하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신과 함께 공생해야하는 발리인들의 삶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려서부터 자연의 이치를 배우고 성스러운 종교와 신, 조상의 존재를 받아드림으로서 자연스럽게 발리니스가 되는 법을 배운다. 그들은 이야기한다.

“발리니스는 달라요. 발리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가 발리니스는 아니지요. 진정한 발리니스들은 전통과 효를 따르고 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요. 매일매일 신에게 제를 드리고 나름의 의무들을 지키면서 살아갑니다. 발리에 오신다면, 발리니스 친구를 만드세요. 진짜 발리를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발리 대표 지역 우붓

우붓의 풍경은 우리의 시골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어디를 가도 쉽게 보이는 것은 초록의 들판과 논이다. 발리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쌀 수확률이 놓은 지역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수박 (Subak)’시스템은 유명한 계단식 논을 만들어 냈다. 남부와 서부의 중심 도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의 주업은 농업이다. 건물보다 높은 반얀 트리, 야자수, 코코넛, 망고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은 더위를 막아주는 것을 넘어 사늘한 나무 바람을 일으키기도 하다. 한 낮에도 시원한 산들 바람이 부는 곳, 여행자들은 예상 밖의 시원함에 혹시나 몰라 준비해온 긴팔을 꺼내기도 한다. 천혜의 혜택이라 하는 자연이 주는 고마움은 시원한 그들뿐만이 아니다.

예로부터 우붓은 약초와 치료가 번창했던 지역으로 파파야, 망고, 알로에, 진저, 레몬그라스 등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약초와 과일들은 그들만의 방법으로 민간요법과 치료제로 사용되어 왔다. 최첨단 의료시설을 갖춘 병원이 없어도 발리니스들은 전혀 걱정을 하지 않는다. “웬만한 병은 자연에서 구한 약초를 이용하고 치료 역시 민간요법으로 해요. 발리인들은 대부분 치료사들을 찾아요.”라고 마데는 말한다. 점점 빨라지고 스마트해지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 예전의 방식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신선한 과일로 만든 주스 한 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

주변의 시끄러운 소음에 고개를 돌려보니, 마을 곳곳마다 분주한 작업이 한 창 진행 중이다. 발리는 오래전부터 반자르(Banjar)라 일컫는 마을공동체가 발달했다. 마을의 모든 중대사를 관장하며 남녀노소 모두가 참여한다. 백발이 지긋한 할아버지와 손자뻘 되는 어린 남자 아이들이 망치와 끌을 들고 오고오고에 사용될 악마 인형들을 만들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어린 여자 아이들이 전통 춤을 배우느라 한 창이다. 자신들의 어머니와 아버지, 할아버지와 할머니로부터 전통과 문화를 자연스레 배우고 익히는 모습이 천상 발리니스다. 난생 처음 보는 앙증맞은 악마의 모습부터 할리우드에서나 나올법한 캐릭터의 악마들까지 화려한 색상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어리지만 그들의 정신은 이미 발리니스에 가깝게 다가선 듯하다. 방과 후, 학원으로 과외로 지쳐있는 우리의 어린이들과는 분명 다르다. 웃음도 다르다. 해맑고 행복해 보인다.

광속을 넘나드는 빠른 인터넷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변해가는 삶의 모습이 적어도 발리, 특히나 우붓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친 몸과 마음은 우붓과 소박한 발리니스, 그들의 삶을 엿보며 나도 모르게 조금씩 균형과 조화를 이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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